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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파도소리26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의 문턱에서 이제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 속에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냉기가 담겨져 있다. 얼마 있지 않아 단풍이 들고 얼음이 얼 거라는 생각에 문득 달력을 쳐다보니 이미 추분(秋分)이 지났다. 허나 유난히 태풍과 폭우가 심했던 지난여름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집과 농경지는 폭우로 휩쓸려 폐허가 되어버렸고, 도로와 교량, 그리고 산은 지난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허탈한 표정은 그들의 삶이 통째로 휩쓸려가고 무너져 내렸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보며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무서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자원봉사자며 수재의연금을 보내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 2023. 10. 6.
-형산강(兄山江)변을 거닐며 -형산강(兄山江)변을 거닐며 형산강 제방은 새롭게 신설된 강변로를 따라 형산대교에서 송도 해변까지 길게 뻗어있다. 이 제방뚝에 조성된 산책로에는 매일 밤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요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곳은 가볍게 걷는 사람들로부터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인공 스케이트장은 밤늦도록 불을 밝혀놓아 많이 이들이 찾고 있다. 이 제방양쪽에는 백일홍, 장미, 접시꽃, 해바라기, 연산홍등을 비롯하여 각종 꽃들이 심어져 있어 오가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더구나 8월인 지금 계절을 잊은 듯 보이는 코스모스가 그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는 모습은 마치 수많은 나비들이 춤을 .. 2023. 10. 5.
-환성산(環城山)과 불굴사(佛窟寺) -환성산(環城山)과 불굴사(佛窟寺) 경산에서 팔공산이 있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하양에서 대구 방면으로 길게 이어져 산맥(山脈)을 형성하고 있는 산들이다. 이들 산중 가장 높은 산이 해발 656m인 낙타봉이고 그 다음으로 높은 산이 초례봉인데, 지난 봄학기에 평소 잘 알고 지내고 있는 대학 동문인 K선생의 안내로 이 두 봉을 오른 적이 있다. 당시에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이 들 두 봉보다 훨씬 높은 환성산(해발 811m)까지 등반을 할 수 있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였다. 팔공산의 동봉, 서봉 다음으로 높은 이 산은 많은 이들이 오르고 있는 산으로 필자도 꼭 한 번 오르고 싶었는데, 온통 붉은 단풍으로 물든 만추(晩秋)의 지금 시절 인연이 도래하여 마침내 환성산 산행을.. 2023. 10. 5.
-시골 초등학교에서 -시골 초등학교에서 무더운 8월 초순이다. 지난 7월은 연일 장맛비가 계속 이어져 전국이 수해(水害)로 인한 큰 피해를 입었다. 한 달 동안에 내린 비의 양이 1년동안 내릴 강수량을 초과하였다는 기상청의 보도가 있기도 하였다. 하여간 이 엄청난 폭우로 인하여 강원도 지역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 그 피해가 가장 심했는데 주택이나 전답, 축사, 농경지뿐만이 아니라 귀중한 사람의 생명까지도 한 순간에 쓸어가 버렸다. 그런데 지금의 날씨는 어떤가? 언제 비가 내렸던가 할 정도로 무더운 더위가 전국을 뒤덮고 있어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며 밤에는 25도가 넘는 열대야(熱帶夜)야라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세계 곳곳은 기상이변으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평양건너에 있는 미국은 서부지역을 중심으.. 2023. 10. 4.
-형산강(兄山江)을 바라보며 -형산강(兄山江)을 바라보며 경주에서 포항의 영일만(迎日灣)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산강은 이 지역에 산재(散在)해 있는 수많은 산과 계곡에서 발원(發源)한 물들이 함께 모여 강(江)을 이루는데, 깊은 숲속 곳곳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모여 낮은 지대로 흐르면서 넓은 경주, 안강 평야(平野)를 적시고 기계천을 포함한 수많은 지류(支流)들과 합쳐진 후 형산강으로 모양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흐르는 푸른 형산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강의 이름은 하류(下流)에 위치한 형산(兄山)에서 유래(由來)한다. 경주시 강동면 유금리와 포항시 연일읍의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는 형산은 해발 250m에 이르는 산인데, 강 건너에 있는 제산(弟山)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 아마도 오래 전에 이 강을 작명(作.. 2023. 10. 4.
-운제산(雲梯山) 오어사(吾魚寺) 그리고 오어지(吾魚池) -운제산(雲梯山) 오어사(吾魚寺) 그리고 오어지(吾魚池) 신라(新羅)시대이래로 운제산 자락에 터를 잡은 천년 고찰(古刹) 오어사는 나의 선친(先親)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 인연은 다름아닌 선친께서 어린 나이로 스님이 되기 위해 바로 이 곳 오어사로 출가(出家)한 큰 인연이다. 출가를 결심한 선친께서는 오어사로부터 40km정도 떨어져 있는 고향인 영일군 동해면 마산리에서 나의 조모님, 삼촌들과 이별하고 이 사찰까지 왔던 것이다. 당시 출가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선친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어린 나이에 그 먼거리를 걸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돌아가신 조모님께서 생전(生前)에 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기억이 있다. 나의 조부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자, 장남(長男)인 선친께서 생계(生計.. 2023. 10. 3.
-연화재를 오가며 -연화재를 오가며 지금의 포항시 북구에 속해 있는 용흥동(龍興洞)이 지난 60년대에는 모든 주민들이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야만 되는 가난하기 그지없는 동네였다. 당시 모든 집들은 야트막한 산자락을 따라 널판자나 볏짚으로 지붕을 올린 빈민촌이였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했던가?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그 당시에 산과 산사이에 있었던 논과 밭들은 모두 택지로 바뀌어 고층아파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다녔던 어린 시절에 나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논두렁 여기 저기서 메뚜기를 잡기도 하였고, 비가 온 뒤에는 대바구니와 통을 들고 붕어며, 미꾸라지를 잡으려고 수초(水草)로 뒤덮인 실개천으로 뛰어들었던 일들이 자주 있었다. 이제는 지나가 버린 과거의 추억이 되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용흥동은 지형.. 2023. 10. 2.
-비학산(飛鶴山)과 법광사지(法廣寺址) -비학산(飛鶴山)과 법광사지(法廣寺址)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상읍리에 있는 해발 762m의 비학산은 넓은 신광 벌판위로 학(鶴)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에서 그 이름을 비학산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먼 옛날부터 이 지역에는 학이 많이 서식(棲息)했다고 하며 지금도 학이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산 정상 동편 중턱에 있는 작은 봉우리를 등잔혈이라고 하는데 주민들에 의하면, 여기에 묘를 쓰면 자손이 번창한다는 속설(俗說)이 전해온다고 하고 여름철에 가뭄이 극심(極甚)할 때면 주민들의 뜻을 모아 비학산 아래에 있는 무제등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비학산은 내연산 향로봉 다음으로 이 지역에서 높은 산으로 요즈음은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을 오르는 산행.. 2023. 10. 2.
-연일(延日)과 소형산(小兄山) -연일(延日)과 소형산(小兄山) 포항시 남구에 속해있는 연일읍은 오랜 역사적인 전통을 지니고 있는데, 신라 33대 성덕왕이 서라벌 높은산인 토함산 정상에서 동해안을 내려다보니 아침해가 비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저녁에 붉게 물든 동해바다의 노을이 장관을 이루니, 해가 사라지는 때가 없이 하루 종일 햇빛이 빛나는 땅이라 하여 연일(延日)이라 이름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지금의 연일은 형산강 남동쪽으로 형성된 마을로 철강공단의 진입로에 위치해 있어 수많은 차량들이 왕래하는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고 강변을 연하여 고층아파트단지가 형성되어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연일의 북쪽은 낮은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어 산행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인기가 있는 곳으로 바로 소형산 둘레길이다. 최근에.. 2023. 10. 2.
김형석교수의 "백세일기"를 읽고 김형석교수(1920-)의 “백세일기”를 읽고 우리 인간의 수명(壽命)은 과연 언제까지일까? 1920년생인 김교수는 2022년 지금 102세로 왕성(旺盛)한 사회 생활을 하고 계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90세를 넘기기 어려운데 이렇게 건강을 유지하면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문 장수(長壽) 철학자(哲學者)이다. 김교수처럼 월남하여 학자로서 성공한 삶을 살아오신 우리 사회의 원로(元老) 사학자인 김동길교수(1928-2022)가 2022/10/04/일 타계(他界)하였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김교수는 평생 독신(獨身)으로 살면서 자신이 정한 신념(信念)에 따라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삶을 사셨다. 연합뉴스는 김교수의 부음(訃音)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보수진영 .. 202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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