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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파도소리

-형산강(兄山江)을 바라보며

by 운제산 구름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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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兄山江)을 바라보며

 

경주에서 포항의 영일만(迎日灣)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산강은 이 지역에 산재(散在)해 있는 수많은 산과 계곡에서 발원(發源)한 물들이 함께 모여 강()을 이루는데, 깊은 숲속 곳곳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모여 낮은 지대로 흐르면서 넓은 경주, 안강 평야(平野)를 적시고 기계천을 포함한 수많은 지류(支流)들과 합쳐진 후 형산강으로 모양을 바꾸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흐르는 푸른 형산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강의 이름은 하류(下流)에 위치한 형산(兄山)에서 유래(由來)한다. 경주시 강동면 유금리와 포항시 연일읍의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는 형산은 해발 250m에 이르는 산인데, 강 건너에 있는 제산(弟山)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 아마도 오래 전에 이 강을 작명(作名)할 때 보다 큰 강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동생보다는 형을 의미하는 형산에서 빌려온 것으로 생각된다.

 

두 도시의 경계선을 이루고 있는 형산과 제산 주변은 최근에 여러 가지의 변화가 생겨났다. 그 변화는 다름 아닌 도시화로 인한 주변 개발에서 찾을 수 있는데, 경주 방향으로는 강동 교차로와 울진으로 이어지는 4차선의 도로가 새로 생겨났으며, 포항 방향으로는 제산을 뚫어 각각 편도 2차선의 크기로 두 개의 터널이 개통(開通)되었다. 이 터널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경주에서 포항을 왕래(往來)하기 위해서는 국도 7호선의 구도로(舊道路)인 소위 외팔로를 반드시 통과해야만 했다. 또한 포항에서 경주 쪽으로 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 길을 지나가야 했는데, 왼쪽으로는 차량들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형산강이 흐르고 있고 오른쪽에는 열차가 다니는 철길이 있어 외팔로라 붙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협소(狹小)한 도로 우측은 바위들로 가득한 제산의 절개면(切開面)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강과 제산사이에는 일제시대에 만들어 진 동해남부선의 열차(列車)가 다니는 철도(鐵道) 터널이 길게 뚫려 있기 때문에 도로 확장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더구나 90도 가까이 굴곡(屈曲)이 심한 길이였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했으며 또한 제산위에서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낙석(落石)의 공포가 항상 운전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이제는 제산을 통과하는 새로운 직선 터널이 생겨남으로 인하여 지난 시절의 위험이 사라지게 되어 교통에 편리함을 주고 있다.

 

지금 이 도로에는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으며 시내버스가 다니는 길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포항시에서 강변 도로 고수부지(高水敷地)에 포장을 하고 일부 공간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나무인 메타 세코이어(metasequoia), 지면(地面)에는 잔디를 심어 주변을 깨끗하게 함과 동시에 기존(旣存) 도로를 정비하고 주차장을 만들어 형산강, 형산, 제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앞으로 1세대의 세월이 지나면 이곳은 시민들의 최상의 휴식 공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포항과 경주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고목(古木)이 된 메타 세코이어 그늘 밑에 앉아 형산강과 형산, 그리고 제산을 바라보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는 가끔 여기에 차를 세우고 유유히 흐르는 형산강과 형산, 제산을 울창(鬱蒼)하게 채우고 있는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들과 바위 그리고 하늘 높이 떠있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강 반대편 형산 숲 아래에 있는 사찰(寺刹)에서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금박(金箔) 입힌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형산 정상(頂上)에 있는 갓바위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微笑)는 언제 보아도 보기가 좋다. 더구나 일정한 시간을 두고 터널을 지나가는 열차를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청둥오리, 갈매기, 왜가리, 백로(白鷺)등 수많은 조류(鳥類)들이 강()의 곳곳에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과 이들이 하늘 높이 비상(飛翔)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형산강은 무수한 세월을 지나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동해(東海)로 흘러 들어간다. 이 강의 하류에 있는 포항은 시민들의 식수(食水)가 되고 있는 이 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설정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형산강을 깨끗하고 청정(淸淨)한 강으로 보존하기 위한 환경단체들의 운동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강 하류에 있는 포항제철을 비롯한 수많은 공장들이 이 강의 중요한 오염원(汚染源)이 되고 있는데, 관계 당국에서는 이들 공장에서 나오는 오수(汚水), 폐수(廢水)가 강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될 것이다. 최근에는 생태관광(eco-tourism)이 활성화 되어 사람들이 직접 동물, 식물들의 서식지(棲息地)나 현장을 관찰하고 조사하는 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지역에 있는 환경단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현장 조사단을 만들어 형산강의 생태 환경을 조사, 연구하는 일들을 전개하면 이 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형산, 제산 사이의 구도로에 조성된 주차장에 더 많은 나무를 심어 푸른 강변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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