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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파도소리

-연일(延日)과 소형산(小兄山)

by 운제산 구름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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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延日)과 소형산(小兄山)

 

포항시 남구에 속해있는 연일읍은 오랜 역사적인 전통을 지니고 있는데, 신라 33대 성덕왕이 서라벌 높은산인 토함산 정상에서 동해안을 내려다보니 아침해가 비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저녁에 붉게 물든 동해바다의 노을이 장관을 이루니, 해가 사라지는 때가 없이 하루 종일 햇빛이 빛나는 땅이라 하여 연일(延日)이라 이름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지금의 연일은 형산강 남동쪽으로 형성된 마을로 철강공단의 진입로에 위치해 있어 수많은 차량들이 왕래하는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고 강변을 연하여 고층아파트단지가 형성되어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연일의 북쪽은 낮은 산맥이 길게 이어져 있어 산행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인기가 있는 곳으로 바로 소형산 둘레길이다. 최근에는 옥녀봉근처에 빛누리 에코타워가 세워져 산을 찾는 이들에게 포항시가지와 동해 바다를 한눈에 조망(眺望)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관광의 명소가 되고 있다. 시에서는 이 타워의 설립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포항시 연일의 대표적인 관광브랜드로 자리잡고자 지어진 이름이 바로 빛누리 에코타워입니다. 빛누리의 뜻은 세상을 의미하며, 다시찾은 정기의 빛, 포항 전역에 밝히는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합니다. 자연속에 세워지는 빛누리 에코타워를 통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에코타워외에도 이곳에는 중명자연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지역민에게 자연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편한 친환경적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가끔 부조정(扶助亭)이 있는 소형산을 출발점으로 하여 산속 등산로를 걸어 에코타워를 지나 생태공원으로 하산(下山)하는 노선을 즐겨 이용하고 있다. 다음은 산행중에 만나게 되는 자연과 곳곳에 산재(散在)한 읽을거리, 특별한 장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본 내용이다.

 

부조정을 지나 능선을 500m정도 지나면 자생(自生)하면서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는 산죽(山竹)의 무리를 만나는데, 이 산죽의 행렬은 거의 1km 가까이 이어져 있어 사시사철 푸른잎과 건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나는 이 산죽길을 걸어면서 우리네 삶이 산죽을 닮아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산죽의 뿌리는 그 끈질긴 생명력의 원천이고 몸통은 아무리 세찬 강풍에도 꺽이지 않는다. 그리고 푸른 잎은 언제 보아도 변함이 없다. 특히 겨울에 하얀 눈에 덮혀있는 죽엽(竹葉)의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다. 가끔 묘소근처의 산죽들은 무참히 베여나가는 수난을 당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순을 튀운다. 이처럼 온갖 어려움이 있더라도 항상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죽을 보면서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포항시는 산을 찾는 사람들이 쉽게 산행할 수 있도록 등산로 곳곳에 안내표지판과 의자를 설치해 놓았다. 이렇게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너무나 좋다. 가끔 의자에 앉아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물서리, 바람소리를 비롯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고, 시에서 설치한 감사나눔의 운동에 관한 좋은 글도 감상(感想)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편히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瞑想)을 하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고 생명의 신비로움이 가슴에 다가온다. 더구나 이 등산로에는 고목으로 자란 소나무들이 많아 가끔 걸음을 멈추고 우람한 모습을 쳐다보면서 경외감(敬畏感)에 빠져들기도 하고 인간의 짧은 수명(壽命)과 나약(懦弱)함를 느껴보기도 한다. 길게 이어진 능선을 따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옥녀봉에 도달하기 1km 전에 해넘이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이 전망대를 지나 500m를 더가면 좌측에 농바위를 만나게 된다. 장농(欌籠)처럼 네모난 형태로 생겼다고 해서 농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바위는 두 남녀가 신분의 차이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傳說)이 담겨져 있다. 농바위를 지나 만나게 되는 곳이 바로 옥녀봉인데, 이곳에도 애절한 옥녀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는 글귀를 만나게 된다. 효녀인 옥녀는 어머니가 중병(重病)이들자, 약을 구하기 위해 부조장에 들렀다가 젊은 상인의 도움으로 약을 구해 어머니의 병환(病患)을 고치게 되었다. 어머니는 감사의 뜻으로 상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서로가 왕래하는 사이로 이어진다. 그 후 옥녀의 모친은 젊은 상인에게 옥녀와 결혼(結婚)해 주기를 제안하자, 상인도 흔쾌이 수락(受諾)하고 혼례비를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줄 것을 당부한다. 이별하기 전에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치말자는 증표(證票)로 나무 한그루씩 심는다. 세월이 흘러 옥녀의 모친도 세상을 떠나고 돈을 벌기위해 떠난 상인으로부터도 소식이 없게 되자, 혼자 남은 옥녀는 매일 해가 뜨면 옥녀봉에 올라 연인(戀人)이 오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였다. 기다리다 지친 옥녀는 옥녀봉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고, 옥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애인도 동해의 거친 풍랑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두 남녀가 죽은 이후에 이들이 함께 심은 나무가 서로 붙어 연리지가 되었는데, 생전(生前)에 이루지 못한 사랑이 사후(死後)에 연리지를 통해 함께했다는 전설이다.

 

이곳을 100m 지나면 바로 에코타워를 만난다. 타워주변에는 넓은 공간과 편히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조성되어 있고 이 지역 동화작가가 쓴 연일 지역을 소재(素材)로한 동화이야기가 여러 편 소개되어 있어 오가는 이들에게 읽을거리를 선사해 준다. 그리고 여기에는 조선시대 3대 시장이었던 부조장(扶助場)과 관련된 역사적인 기록도 있어 지난 날의 연일 부조장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도 있다. 10m높이의 타워에 올라 포항시쪽으로 눈을 돌리면 넓은 연일평야와 형산강, 포항시, 포항제철, 영일만을 한눈에 조망(眺望)할 수 있다. 나는 지난 시절 갈대숲이 우거진 포항시 해도동에서 출생했는데, 지금은 도시화로 인해 모든 것이 삭막(索莫)하게 변해 버렸다. 얼마전부터 동빈내항과 형산강의 물길을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공사를 위해 세워 놓은 공룡같은 타워크래인의 모습이 지난 날의 낭만적인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슬픈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나 고향 포항의 자연이 훼손(毁損)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에코타워를 지나면 조그만 휴식장소인 해맞이 전망대에 이른다. 아침 이른 시간에 이곳에 오르면 장엄(莊嚴)한 동해의 일출(日出)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곧장 아래로 내려가면 중명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여 하산(下山)하면 출발지부터 연일중명마을까지 족히 8km 산행코스가 된다.

 

중명마을로 들어가는 초입(初入)에는 수백년동안 생명을 이어온 팽나무(느티나무)군락이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른 봄마다 새순을 터트리고 무더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을 드리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준다. 이 중 가장 오래된 500년이 넘는 고사목(枯死木)곁에는 새로운 뿌리를 내려 그 후손(後孫)이 지금도 자라고 있다. 중명 마을의 역사는 바로 이 고목들이 살아있는 증인(證人)이라 할 수 있다. 노거수(老巨樹)들의 생명을 연장하기위해 썩은 부위마다 친환경 재료를 이용하여 수술한 흔적이 보인다. 나는 가끔 이들 나무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면서 고개를 들고 우러러 본다. 나무는 언제나 뿌리를 내린 그 자리를 지키면서 온갖 풍상(風霜)을 견디며 무수한 세월을 거쳐 당당히 서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무들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베풀기만 할 뿐, 그 어떤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지만, 우리 인간들은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고 서로 싸우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나는 이들 고목을 바라보며 우리 인간들이 정말 염치없고 부끄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마을의 역사인 이 나무들이 천수(天壽)를 다하도록 보호, 관리를 잘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푸른 동해에서 떠오른 태양빛이 끊임없이 이어져 오는 연일에 심신(心身)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소형산 둘레길과 생태공원이 있다는 것이 포항시민들에게는 더없는 축복이다.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숲과 나무의 고마움을 느끼고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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