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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파도소리

-선덕여왕의 원찰(願刹);도음산(禱蔭山) 천곡사(泉谷寺)

by 운제산 구름 202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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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원찰(願刹);도음산(禱蔭山) 천곡사(泉谷寺)

 

포항에서 우현동 교차로를 지나 북쪽으로 조그만 언덕인 소티재를 넘으면 곧 바로 달전리 초입에 이르게 되는데 이 도로는 바로 7번 국도로 동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져 멀리 강원도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 언덕을 내려가 첫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하여 2차선으로 포장된 길로 방향을 향하면 바로 학천리로 들어가게 된다. 이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가면 전형적인 농촌시골의 모습이 도로 좌,우로 펼쳐져 있는데,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는 전답(田畓)에는 지난 5월에 심어둔 벼를 비롯하여 옥수수, 참깨, 고구마, 감자 등의 먹거리들이 심어져 있어 부지런한 우리네 시골 사람들의 땀과 정성을 엿 볼 수 있다. 곧게 이어진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최근에 조성한 것처럼 보이는 도음산산림문화휴양소라는 간판이 보이고 여기서부터는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진다. 하기야 산길이기는 하지만 깨끗이 포장된 도로로 도음산을 넘어 냉수리라는 마을까지 가는 길이다. 지금은 자동차로 쉽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었지만, 차가 드물었던 옛날에는 힘들게 걷거나 우마차로 왕래(往來)했던 것이다.

 

이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보면 산중턱의 좌측 숲속에 자리한 천년 고찰인 참회 대도량 천곡사에 이르게 된다. 이 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옛날의 천곡사는 그야말로 울창한 숲으로 가득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속에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절앞에는 도음산 깊숙한 계곡에서 발원(發源)한 것으로 보이는 물이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흐르고 있어 절을 찾는 이들에게 시원한 감로수(甘露水)를 제공해주고 있다. 사찰입구에 있는 계곡에는 키 큰 참나무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고, 나무 곳곳에서 다람쥐며 청설모가 부지런히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양한 나무들로 가득한 숲에는 수많은 새들이 그 아름답고 독특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데, 바로 이곳 도음산은 진정 부처님이 말씀하신 화엄(華嚴)세계가 아닐까?

 

주차장을 지나 화강암 다리인 등안교(登岸橋)를 지나면 계곡 아래에 있는 약수터를 만난다. 이 약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新羅) 선덕여왕(632-646;재위기간)이 심한 피부병으로 고생하여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으나 효력이 없었는데, 한 신하의 권유로 동해안 천곡령 아래에 있는 약수로 며칠간 목욕한 뒤 완쾌되었다. 이에 여왕은 약수의 효험에 감복하여 서라벌로 돌아와 자장율사에게 절을 짓도록 하고 이름을 천곡사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약수터에서 갈증난 목을 축이고 사찰경내로 들어서면 늙은 느티나무 한그루와 한 아름이나 됨직한 은행나무를 먼저 만나게 된다. 모름지기 사찰의 역사는 절주변에 산재(散在)해 있는 노목(老木)에서 먼저 느낄 수가 있다. 고목(古木)이 된 회나무는 그 짙은 녹음으로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회나무옆에 있는 은행나무에는 은빛의 은행열매들이 가지가지마다 가득 달려 있어 보는 이들에게 풍요로움울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나무들은 그 나름대로의 역할로 우리들에게 아무런 보답(報答)을 바라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은 어머니처럼 마냥 베풀어주기만 한다. 나는 노목을 바라보면서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우리 인간들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나무를 지나면 곧바로 관음전(觀音殿)과 맞이하게 되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마치 도음산의 주인인양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관음전앞에서 길게 펼쳐져 있는 계곡쪽으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 검푸른 빛깔을 띤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찰(古刹)로서의 천곡사의 역사는 다름 아닌 역대 대덕(大德)스님들의 모습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다. 관음전 좌측을 돌아 갈대숲사이를 지나면 조그만 공터에 9기의 부도탑(浮屠塔)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 세워져있는 부도탑들이 옛스님들의 모습이라 생각하니 공연히 마음이 무겁다. 이 탑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퇴색되고, 때로는 부서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이끼들이 끼어있어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던가? 모든 것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부도탑을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속에 새겨보았다. 바로 지금 옛스님들의 이러한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은 나에게 세상사의 부질없는 탐욕(貪慾)과 망상(妄想)을 버리라는 참된 진리를 깨우쳐주는 듯했다.

 

천곡사에는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오수정화(汚水淨化)시설과 깔끔한 화장실을 들 수 있는데, 이 시설들은 조계종 교육원에서 주최하는 전국 본,말사 주지연수회 책자에도 환경사찰의 모범사례로 활용된 바가 있다고 한다. 이 수세식(水洗式) 화장실은 전통양식으로 지어 졌다.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하나의 문이 있는데 내부는 현대식으로 시설되어 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5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오수정화시설은 사찰밖으로 나가는 모든 오수가 전부 정화되어 나가기 때문에 사찰 주변은 깨끗하고,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천곡사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사찰주변자연환경을 아끼고, 보호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어야 될 것이다. 특히 이 도음산 지역은 희귀한 동물, 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수많은 산짐승과 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포항시에서 최근에 발행한 관광 안내도에는 천곡사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운제산 오어사나, 내연산 보경사에 대한 내용들은 자세히 언급되어 있는 반면 이렇게 역사 깊은 천곡사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관계당국은 이미 잘 알려진 유적이나 유물에 대한 홍보도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처럼 휼륭한 경관과 천년역사를 지닌 고찰(古刹) 천곡사에 대한 관심을 소흘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천곡사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대하여 조선시대에 이상정(1710-1781)이라는 시인이 쓴 시()가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어 지난 시절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

 

宿泉谷寺向曲江(숙천곡사향곡강)

肩輿伊軋下中阿(견여이알하중아)

松桂深深桃杏華(송계심심도행화)

壯觀平生曾未有(장관평생증미유)

亂山東畔海無涯(난산동반해무애)

 

천곡사에 숙박하고 곡강으로 향하다

2인용 가마가 찌걱찌걱 언덕가운데로 내려가니

솔과 계수나무밑 깊숙한데 복사꽃, 살구꽃이라네

이처럼 장한 구경은 평생 처음인데

어지러이 솟아 오른 동녘에는 바다가 끝이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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