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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책과 인간

-승명(承明) 정사의 “마음한번 돌리니 행복이 미소 짓네”를 읽고

by 운제산 구름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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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감주화

 

 

 

 

-승명(承明) 정사의 마음한번 돌리니 행복이 미소 짓네를 읽고

 

얼마 전에 내가 다니고 있는 심인당의 정사님께서 나에게 책 한 권을 주셨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집에 돌아와 책을 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은 정사님이 교화 활동 중에 직접 몸으로 체험하신 일들을 사례(事例)중심으로 엮어 놓은 일종의 생활법문집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발문(跋文)에서 정사님은 책의 내용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전부 실화이다. 교화일선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작은 행복을 찾은 애기들을 모아보았다. 눈앞에 있는 행복을 찾은 소박한 애기들이다. 모두들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생활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이 가져야만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적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족할 줄 알고, 어려움 속에서도 더 큰 어려움을 보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 책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지나친 욕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책이 되어, 모두가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네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마음과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마음은 사람들의 감정, 의지, 성격 등을 포함하는 정신적(精神的) 상태를 총칭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고, 행복(幸福)복된 좋은 운수를 말하는 동시에 심리적(心理的)으로는 심신(心身)의 욕구가 충족되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상태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마음과 행복은 무엇보다 개개인이 느끼는 주관적(主觀的)인 성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신라 시대의 원효 성사께서도 모든 것은 우리네 마음이 좌우한다는 의미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남기셨지 않은가? 어떤 일을 도모하는데 마음이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은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가지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중요해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중요한 사람들의 마음에 대하여 법구경(法句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경책(警策)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根本)이 된다.

마음이 주()가 되어 모든 일을 시키니

마음속에 악()한 일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도 그러하리라

그 때문에 괴로움은 그를 따르리

마치 수레를 따르는 수레바퀴 자취처럼

 

마음과 함께 사람들이 가장 흔히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행복(幸福)이라는 말이 아닐까? 모든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아무런 불안이나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돈이 많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건강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행복도 각기 처한 환경과 여건에 따라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말에 대하여 법정(法頂)스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대인들은 행복의 기준을 흔히 남보다 많고 큰 것을 차지하고 누리는 데 두려고 한다. 수십억짜리 저택에, 또 몇 억짜리 자동차에, 몇 억짜리 무슨, 무슨 회원권을 지녀야 성에 차한다. 모든 행복은 주관적인 가치이므로 한마디로 이렇다 저렇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행복은 결코 많고, 큰대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거나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할 줄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 (법정스님의 당신은 행복한가에서)

 

최근에 나는 지난 2007년에 오페라 가수로서의 자신의 꿈을 이룬 36세의 휴대폰 판매원 폴포츠(Paul Potts)의 동영상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20대에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자신에게 다가온 불행한 사건들-충수파열, 부신종양,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쇄골 부상-로 인해 몸이 성치 않아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고 마침내 가수선발경연대회에 출전하여 자신의 꿈을 이룰 수가 있었다. 이처럼 행복은 어느 순간에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 어려움을 극복(克服)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나름대로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열심히 노력할 때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승명 정사님과 법정 스님은 똑같이 우리들에게 더없이 값진 메시지를 전해준다. 즉 적게 가지고도 만족할 수 있으며, 항상 매사에 고마움을 느끼며, 어려움 가운데 더 큰 어려움을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때 반드시 더 큰 행복이 온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그리고 물질적(物質的)인 부()에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최근의 보도를 보면 물질적 풍요와 돈이 많은 것이 반드시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기사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필리핀에서 돈이 많은 한국인 부인이 피살된 사건, 경기도 인천 쪽에서 발생한 모녀피살사건, 가족간의 재산상속문제로 인한 갈등, 그리고 많은 보험금을 받기위한 살인 사건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돈과 연관이 되어 있고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나온 범죄(犯罪)들이다.

 

이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정사님께서 지난 1996년 경북 영주에 있는 심지심인당에서 노인대학을 열고 활동하고 계실 때, 그곳에서 터전을 잡고 어렵게 생활해 오신 노인들이 직접경험하신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려움에 처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정사님의 헌신적(獻身的)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중생(衆生)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에 정사님의 해박(該博)한 불교적(佛敎的) 지식이 더해져 잔잔한 감동(感動)을 준다.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 생각해 보면, 마음과 행복은 서로 떨어져 있는 별도의 개체가 아닌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관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은 형체도 모양도 없지만, 마음에서 모든 행, 불행이 온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마음 한 번 잘 쓰면 행복의 씨앗이 되고 마음 한 번 잘 못 쓰면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처럼 중요한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고 다스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신 정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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