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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책과 인간

-법정(法頂) 스님의 “인도기행”

by 운제산 구름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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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

 

 

 

-법정(法頂) 스님의 인도기행

 

오래 전에 읽었던 스님의 인도기행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이 기행은 스님께서 198911월부터 3개월 동안 불교성지를 중심으로 인도 전역을 답사(踏査)한 기록물이다. 스님은 이 책의 발문에서 인도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에게 인도는 불타 석가모니와 마하트마 간디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로 채워져 있었다. 이 분들은 하나같이 내가 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스승들이다. 불타 석가모니는 25백년전의 지혜와 자비의 교훈을 통해서 20대중반에 내 인생의 궤도를 수정하게 한 어른이고, 마하트마 간디는 종교의 본질과 진리의 실상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었으며, 소유와 관념에 대해서도 영향을 준 영혼의 스승이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는 현대의 우리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서 삶의 지혜와 잔잔한 기쁨을 누리도록 이끌어준 스승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중에 특히 이 세 분의 스승이 살았던 현장을 찾아가 그 고향의 흙냄새와 햇볕과 바람을 쇠이면서 그 땅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인간사에 대한 이런저런 일들을 헤아려 보려고 했다

 

더구나 스님은 이 책에서 영혼의 큰 울림을 준 인도 여행이라고 하면서 인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도는 광활한 대지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나라다. 이와 같은 인도를 한정된 시간에 인식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일과 같은 것이다. 나는 시절인연이 오면 다시 인도로 가서 또 다른 인도의 모습 앞에 마주서고 싶다. 그래서 인도가 가진 진짜 얼굴을 찾아냄으로서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체험해보고 싶다. (인도기행, p.8)

 

이 책은 부처님이 머물렀던 행적(行蹟)을 탐방(探訪)하면서 스님의 느낌과 생각을 적은 내용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지만, 스님의 눈에 비친 인도 사람들의 문화와 전통, 습관,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모습도 비교적 자세히 적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님이 설명하는 필력(筆力)에 이끌려 가끔 현지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에 젖기도 하였다. 인도 곳곳의 기행을 기록하는 스님의 글 솜씨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인도의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였다. 이 책만 읽어도 마치 인도를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스님은 인도기행을 또 다른 각도로 설명한다.

 

인생에서 나그네 길이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계기이고, 자기 탐구의 길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알아차렸다. 나는 인도 대륙에서 일찍이 그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삶의 양식을 많이 배웠고, 또 나 자신도 모르고 살아온 그 인내력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었다. 인도는 나에게 참으로 고마운 스승이었음에 거듭 머리로 숙이고 싶다.(같은 책,p.278)

 

스님은 지금도 강원도 산골에서 홀로 지내면서 진정한 수도승(修道僧)으로서의 청정(淸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수(歲壽) 80이 가까운 나이에 대찰(大刹)에서 큰스님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 수행(修行) 정진(精進)함으로서 이 시대의 진정한 수행자(修行者)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더구나 항상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실천하면서 살아가시는 그 모습은 바로 우리 불교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이 시대에 살아있는 부처라고 할 수 있다.

 

스님은 그의 수많은 글을 통해 가끔 우리 사회의 병폐(病弊)에 대하여 바른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스님은 언젠가 이 세상은 우리가 필요(必要)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탐욕(貪慾)을 위해서는 항상 부족하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 말은 우리 인간들의 지나친 욕심(慾心)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스님의 인도 기행을 읽으면서 현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도인들이 비록 물질적(物質的)으로는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 가난을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여겨졌다. 스님은 인도 사람들을 가리켜 가난해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그들의 삶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요즘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계층간의 갈등은 별로 없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카스트를 통해 전해 내려온 인습과 윤회(輪廻)의 업()에 대한 인식으로 자신이 받을 것을 받는다는 수동적인 자세다. 남을 원망할 것도 없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할 필요도 없이 다음에 올 우주 질서를 묵묵히 받아드릴 뿐이다.(같은책, p.30)

 

필자는 이 책을 통하여 인도 북부에 장장 250km에 걸쳐 뻗어 있는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설산(雪山)들과 인도 대륙을 적시고 있는 생명의 갠지스강은 언제나 인도인들에게 신앙(信仰)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법정 스님의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몰랐던 인도에 대하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인도기행을 만난 인연에 대해 스님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더구나 불타 석가모니를 비롯하여 인류 사회의 지혜로운 스승을 많이 배출한 나라가 바로 지금의 인도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비록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精神的)으로는 절대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는 스님의 말이 바로 인도의 진면목(眞面目)이 아닐까? 나도 앞으로 시절인연이 오면 인도를 방문하여 내 눈으로 직접 인도전역을 체험해보고 싶다.

 

-스님은 2010/03/11에 세수77세,법랍55세로 열반하셨다.

-이글은 스님 생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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