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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기행

캄보디아 체류기

by 운제산 구름 202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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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체류기

 

필자는 동남아에 있는 캄보디아에서 체류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낯설고 물설은 이국땅에서 빨리 적응하기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었다. 지금 그 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모두가 아련한 추억이 되어 내 머릿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다. 현지 생활중에 내가 겪었던 일들을 모두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혹시라도 다음에 캄보디아를 여행하거나 현지에서 생활하게 되는 분들에게 나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게 되었다.

 

우선 먹는 일이 제일 큰 어려움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 3차례 식사를 하는 것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생활 습관이 아닌가? 여기서도 예외없이 식사는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 졌다. 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캄보디아식의 국과 야채요리에서 풍겨 나오는 이상한 냄새였다. 현지에서 고용한 요리사는 항상 그들 특유의 향신료(香辛料)를 국이나 야채등에 넣어서 요리를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반평생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음식에 길들여진 내가 이국적인 맛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1-2개월 동안 식사 때마다 그야말로 큰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나보다 먼저 현지에 있었던 분들은 캄보디아 음식에 상당히 적응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구수한 된장국과 매콤한 김치를 먹고 싶은 욕구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Phnom Penh현지에도 우리 교민을 대상으로 한국 식품을 팔고 있는 상점이 몇 군데 있어 수시로 된장, 고추장, 김치을 사서 먹기도 하였지만, 그 값이 만만치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의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 현지 요리사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여져갔던 것이다. 내가 현지에서 생활한지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음식을 어느 정도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였고, 마침내 새로운 요리사를 구하게 되었지만 제대로 된 우리식의 된장국이나 김치 맛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다음은 Phnom Penh시내 곳곳에서 밤마다 불야성(不夜城)을 이루고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있는 시원하고 달콤한 일종의 과일 쥬스인 떡 글락혹은 떡 플라이쳐에 대한 기억이다. 캄보다아어로 이란 말은 물을 의미하고 플라이쳐는 과일이다. 일반적으로 현지인들은 떡 글락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떡 뜨러지억은 찬물, “떡 끄다오는 더운물, “떡 끄어는 얼음물을 나타내는 말이다. 캄보디아는 아열대지역에 위치해 있어 banana, durian, mango, coconut, sugar palm, mangosteen, papaya등 열대과일들이 풍부한 나라이다. 이 과일들 이외에도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과일들이 많다. 특히 수도인 프놈펜의 Olympic stadium근처에 있는 과일거리에 가보면 여러 가지 과일들을 맛볼 수가 있다. 이 곳의 더운 날씨로 낮에는 사람들의 활동이 다소 위축되다가, 뜨거운 태양이 지고 시원한 저녁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남녀노소 모두가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 곳곳을 누비며 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운집(雲集)할 만한 목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떡 글락장사꾼들이 줄을 지어 자리를 잡고 매일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壯觀)을 이룬다. 조그만 수레에다 조명을 밝히고 수레위의 유리상자안에는 다양한 열대과일을 비롯하여 얼음, 우유의 일종인 연유(煉乳)등을 빼곡이 채워두고 갈증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juice를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믹서기에다 다양한 열대과일을 조금씩 넣은 다음, 연유를 붓고, 다시 거기에다 얼음덩어리를 얇게 갈아 가득 넣은 다음 믹서기를 작동시키면 황색을 띤 떡 글락이 완성된다. 필자도 처음에는 잘 먹지 못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이 juice를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이상한 냄새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떡 글락의 독특한 냄새와 달콤한 맛에 익숙해지면서 자주 먹게 되었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봉 띠어에 대한 맛도 잊을 수가 없다.

현지어로 은 알(egg)을 의미하며, “띠어는 오리(duck)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봉 띠어오리알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쓰이는 이 말은 삶은 오리알을 의미하는데, 특히 부화(孵化)되기 직전의 알을 삶아서 팔고 있는 것이다. 이 알을 먹는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계란을 삶아 소금에 찍어 먹는 거와 흡사하다. 삶은 알을 깨어보면 오리새끼의 형상이 그대로 나타나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처음부터 먹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이 알을 최고의 영양 식품으로 여기고 즐겨 먹고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먹는 것이 다소 망설여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 현지인들이 알을 먹는 방법은 알을 깨어서 속이 드러나면 후추가 혼합된 소금에 찍어 고수라는 풀처럼 생긴 야채(野菜)와 함께 먹는다. 그런데 이 고수라는 야채는 향이 매우 진하고 냄새가 고약해서 처음에는 먹기가 쉽지 않다. 하여간 이 봉 띠어는 값이 저렴하고 영양분이 많아 서민들이 식사 대용(代用)이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떡 글락을 팔고 있는 곳에서 봉 띠어를 사먹을 수가 있다.

 

또 한가지 내 기억속에 깊게 남아있는 것은 내가 Samlot마을에서 처음 먹었던 파파야(papaya)에 대한 기억이다.

파파야는 현지어로 아홍이라 불리는 열대과일이다. 캄보디아의 시골지방으로 가다보면 곳곳에 무리를 지어 곧게 위로 뻗어있는 파파야를 볼 수가 있다. 이 과일의 잎은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마자잎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열매는 코코넛처럼 나무의 상단부에 집단적으로 무리를 이루어 열린다. 그리고 잘 익은 열매의 외양(外樣)은 길쭉한 호박처럼 보이며 과육(果肉)의 색은 주홍빛을 띤다. 또한 열매의 길이는 대략 20cm 정도이다. 잘 익은 파파야를 먹어보면 이 과일 특유의 이상한 냄새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다. 그러나 파파야도 다른 열대 과일과 마찬가지로 계속 먹다보면 그 맛에 적응이 된다. Samlot은 캄보디아의 북서쪽에 위치한 Battambang지방의 오지(奧地)인데, 주도(州都)Battambang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 마을을 가다보면, 곳곳에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간판이 자주 눈에 들어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 70년대 월남과의 전쟁 때, 미군들에 의한 융단폭격이 이루어진 곳이라고 현지인들이 말해주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중 팔이나, 다리가 잘려나간 불구자(不具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국적인 열대 식물들로 가득한 밀림(密林)이 있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Samlot이었다. 필자가 도착한 곳은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장이었는데, 포도와 파파야, 바나나등이 자라고 있었다. 당시 현지주인이 우리들에게 먹으라고 내 놓은 것이 바로 파파야였다. 마침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배도 고프고 갈증도 심하게 느끼고 있던 차에 파파야 대접을 받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다음은 내가 본 전통적인 캄보디아 시골 마을의 모습이다.

60-70년대의 대부분의 마을들은 오두막집이었다. 지금도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에 가보면 이런 집들이 많다. 우리네 시골에서 볏짚을 이용해서 초가집을 만드는 것처럼, 이곳 사람들은 팜야자잎을 말린 다음, 이를 길게 엮어서 지붕이나 벽을 만든다. 단층으로 된 전통 초옥(草屋)과는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집들이 2층으로 축조(築造)되는데, 1층은 가축들의 축사나 창고로 사용된다. 태양의 직사광선을 정면으로 받는 무더운 2층과는 달리 이곳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거나 한담을 나누는 장소로 쓰이며, 2층은 침실로 이용되고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가기위해서는 나무로 만든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게 되어있다. 집은 먼저 여러 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다음 단단한 목재를 이용해서 방바닥과 벽, 그리고 지붕을 만든다. 최근에는 시멘트를 이용해서 집을 많이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는 워낙 평지(平地)가 많은 나라이다. 국토의 70%이상이 더없이 넓은 광활한 평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마을 대부분은 도로를 따라 좌, 우로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 넓은 강을 경계로 하여 드문드문 집단적으로 발달되어 있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은 우리네 시골과 비슷하지만, 주로 가축들을 우리에 넣어 기르지 않고 자유롭게 방목(放牧)하고 있다. 현지어로 소고기는 삭코우”, 돼지고기는 삭찌룩”, 그리고 닭고기는 삭모안이라고 하는데, 이 곳 주민들도 이들 고기를 즐겨 먹고 있다. 특히 마을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또한 집주변의 공터에는 banana, mango, papaya등의 과일 나무들이 여기, 저기에 심어져 있으며, 또 한쪽에는 키 큰 coconut, sugar-palm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언제나 하늘 높이 서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캄보다아에 전역에 산재(散在)하고 있는 사원에 대한 모습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2,538개의 사원이 있다고 하며, 모든 사원은 캄보디아 국민들의 신앙의 중심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더구나 캄보디아인들은 불심(佛心)이 깊은 민족이다. 스님은 경배의 대상이며 국왕조차도 스님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스님을 존경한다. 그리고 모든 중요한 의식에는 스님들이 항상 초청되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곳 국민들은 언제나 연꽃과 향을 사들고 부처님을 찾아 절을 하고 조상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 Phnom Penh시에는 Wat Phnom이라는 유명한 사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이 사원주변에는 수많은 거리 행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과일이며, 음료수, 연꽃, 향들을 팔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사원을 파고다(pagoda), 혹은 현지어로 와웃”(wat)이라고 부르며 스님은 록송이라고 한다. Siem Reap에 있는 유명한 Angkor Wat도 과거 Khmer인들이 즐겨 찾았던 사원이었던 것이다. 내가 본 캄보디아의 사원은 다음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찰과는 달리 캄보디아의 도심이나 시골에 있는 사원들이 한결같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나라가 가난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사원들이 너무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법당안의 불상도 금박(金箔)이 벗겨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고, 천정과 사방 벽에는 오래된 단청(丹靑)이 그 본래의 색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더운 날씨 때문인지 스님들도 무기력하고 나태(懶怠)해 보였고, 사원 경내에 오물이며 낙엽등이 떨어져 있어도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고 있었다.

 

둘째, 사원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도탑(浮屠塔)들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 나라의 역사깊은 전통사찰에는 고승(高僧)들의 부도탑들만이 있는데 반해, 캄보디아사원에는 재력(財力)있는 시민들이 사후에 그들의 뼈를 묻을 부도탑을 직접 만든다고 한다. 이 부도탑들은 빈부의 차이에 따라 화려하게 금박으로 장엄(莊嚴)되기도 하고 그냥 보편적인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셋째, 캄보디아 사원에는 우리나라의 솟대모양을 한 두 개의 깃대가 언제나 하늘높이 솟아 있다. 필자가 보기에 깃대의 높이가 20m이상이나 되어 보였다. 이 깃대를 통하여 사원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형형색색(形形色色)의 기()를 달아 주민들에게 알리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높은 깃대는 사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주민들도 쉽게 육안(肉眼)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원의 행사를 알리는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넷째, 캄보디아 사원의 외양(外樣)은 남방불교 대부분의 사원과 마찬가지로 사원지붕의 사방(四方) 처마끝 부분이 하늘로 향해 높이 솟아 있으며, 지붕의 경사도가 45-60도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이것은 이 나라의 기후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개월 동안 계속되는 우기(雨期) 때는 거의 매일 열대성의 폭우가 내리는데, 이 때 지붕에 내리는 빗물이 곧 바로 지면(地面)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바로 경사진 지붕의 역할이다.

 

다섯째, 캄보디아 사원이 우리나라 사찰과 다른 큰 차이점은 사원안에 화장장(火葬場)이 설치되어 있는 점이다. 도시나 시골 지역에 거의 모든 사원에 이와 같은 화장시설이 되어 있다. 내가 캄보디아 중서부에 있는 Kampong Thom에 있었을 때, 한 사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사원 한쪽 구석에 있는 화장장에 가 본 적이 있다. 시설은 너무나 초라해 보였으며, 사원 주변에 있는 나무를 베어 화목(火木)으로 쓰고 있었다. 잠시이긴 하지만 낡고 지저분한 화장장을 보면서 우리네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현지인들이 먹는 그 나라의 음식이 싫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그 문화에 익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분명 틀린 말이 아니다. 이것은 다름 아닌 그 나라의 음식, 습관, 전통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국땅에서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에 적응하지 못하면 그 만큼 현지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빠른 현지 생활 적응을 위해서는 언어문제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가장 중요한 지름길은 현지어를 공부하고, 배우는 일이다. 필자는 길지 않는 기간동안 캄보디아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현지인들의 생활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였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것은 수많은 캄보디아의 문화와 전통가운데 지극히 적은 단편적인 체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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