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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기행

캄보디아를 그리워하며

by 운제산 구름 2023.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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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그리워하며

 

내가 캄보디아를 떠나오기전 4개월동안 중부 지방에 위치한 캄퐁톰Kampong Thom)에서 보냈다. 수도인 프놈펜Phnom Penh)에서 캄퐁톰까지의 거리는 대략 150km정도이며 자동차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캄퐁톰은 캄퐁톰주의 주도州都이며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비교적 도시의 기능을 갖춘 곳이다. 캄보디아에 있는 도시의 대부분은 강을 따라 형성되어있는데  곳도 예외가 아니다“Kampong"이란 현지어로 배를   있는 강나루터를 지칭하는 의미를 지닌 말로 다음의 지명에서도 볼 수있다캄퐁참Kampong Cham), 캄퐁수프Kampong Speu), 그리고 캄퐁치낭Kampong Chhnang)  마을들 모두가 강을 중심으로 발달된 것이다. 모든 강들은 누른 황토색의 강물을 담고 있으며 수량水量은 건기乾期 우기雨期 따라  차이를 보인다

12월부터 시작되는 건기의 초입(初入)부터 서서히 강물이 줄어들어 건기가 끝나는 5월이 되면 일부 하천들은 바닥을 들어내기도 한다. 곧이어 우기인 6월부터는 거의 매일 열대성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하여 물이 다시 불어나면서 9-10월경에는 캄보디아 전역이 물로 넘쳐나게 된다건기가 되어 물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점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설명을 듣고 알게 되었다. 우기 때는 대부분의 논밭들이 물속에 잠기게 되지만, 물이 빠지는 건기에 다시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이때 농부들은 빠져나가는 물을 막아 모내기를 한다. 캄보디아는 국토의 80%이상이 더없이 넓은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다 벼를 심는 것이다우기에 물을 저장할  있는 댐이 거의 없어 모든 논들이 하늘에 의지해 농사를 하는 천수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일부 논에는 물을 끌어드리지 못해 그대로 방치(放置) 버리는 논도 많이 눈에 띄었다지역에 따라 1년에 두 번 벼를 심고 수확하는 곳도 많다. 농사를 짓는데 기계화가 이루어 지지 않아 농부들이 전통적인 영농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시골에서는 우마차가 짐을 나르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익은 벼를 수확하여 탈곡(脫穀) 때도 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넓은 공터에 익은 나락이 달린 볏단을 펼쳐놓고 소들로 하여금 일정한 방향으로 걷게 한다. 그러면 소가 밟는 무게로 인해 낟알들이 떨어져 쌓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방식  돌에다 볏단을 두들겨 수확하는 모습도   있었다

 

 대부분의 캄보디아 주민들은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어려운 생활로 인해 넓은 도로가 있는 주변에는 항상 길거리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않아서 장사를 하는 이들이 많다. 다양한 열대과일을 파는 사람옥수수를 삶아서 파는 사람그리고 우기에는 물고기를 잡아서 파는 사람, 코코넛 열매를 따서  수액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음은 수도인 프놈펜에서 캄퐁톰으로 오가면서 내가 즐겨 먹었던 먹거리에 대한 내용들이다

 

첫째, 삶은 옥수수의 구수한 맛을 잊을  없다

옥수수를 수확하는 시기에는 도로 양쪽에 커다란 솥을 설치하고 장작불로 옥수수를 삶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파는 상인들로 넘쳐난다. 금방 삶은 찰옥수수를 먹어 보면  감칠맛에 한자리에서 4-5개는 거뜬히 먹게 된다

 

둘째,  익은 연밥의 맛도 일품이다

우기가 끝날 무렵에는 도로 양쪽에 지천으로 흩어져 있는 황토색 웅덩이나 못에는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꽃이 지면  연밥이라는 열매가 달리고 익은 연밥을 따서 파는 이들도 많다. 연녹색의 연밥 열매를 먹어보면 상큼하고 부드러운 맛에  빠져들게 된다.  연밥 특유의 맛은 우리나라에서 초가을에 알밤이 되기 전의 풋밤을 먹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셋째캄퐁톰으로 가기 전에 스쿤Skun)이라는 조그만 마을 초입에서 사먹었던 파인애플Pineapple) 달콤한 맛이다. 현지어로 머노아라고 불려지는  파인애플은 당도가 무척 높아 전혀 쓴맛을 느낄 수가 없다.  지역에 있는  대규모의 농장에서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는데 특히 건기에는  당도가 더높다는 현지인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항상 여기에 차를 세우고 과육이 노랗고 잘 익은 파인애플을 사먹었던 것이다. 지금도  곳의 파인애플을 생각하면  입안에는 먹고 싶은 군침이 흐른다

 

넷째, 캄퐁톰에서 먹었던 메뚜기grasshoppers) 고소한 맛이다기름에 튀긴 메뚜기에 소금과 후추로 양념을 하여 팔고 있는데 그 바싹바싹하고 고소한 맛이 너무나 좋다.

 

다섯째, 붉게 익은 석류의 달콤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잘 익은 석류의 껍질을 깨보면 그 속에 붉은 열매가 마치 보석 루비처럼 알알이 박혀있다. 이 열매를 입에 넣고 깨물면 달콤한 수액을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캄퐁톰에서 내가 살았던 집은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지에 있는 2층 양옥으로 이 집은 한때 캄퐁톰 주지사의 사택(私宅)으로 이용된 적이 있었다. 방은 모두 5개로 1층에는 2, 2층에는 3개로 이중 에어콘이 설치된 곳은 2층에 있는 방들이었다. 그리고 비교적 넓은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담장을 따라 코코넛 나무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마당 안쪽으로는 수령(樹齡)이 족히 50년이 넘어보이는 망고나무들이 뜨거운 햇살을 막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提供)해 주고 있었다. 더구나 집앞 마당에는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각종 열대꽃들이 화려한 꽃을 피워 그 아름다운 자태(姿態)를 뽐내고 있었다. 나는 가끔 해질 무렵에 2층 베란다에 서서 코코넛나무 사이로 붉은 태양이 지는 아름다운 일몰(日沒)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상(感傷)에 젖곤 했었다.

 

 

여기서 내가 본 또 한 가지 잊지 못하는 것은 고목나무였다. 캄퐁톰 주정부청사로 가는 도로 양쪽에 서있던 거대한 노거수를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내가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수, 백년이 더 지난 노거수를 처음 본 것은 Angkor Wat에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캄퐁톰에서 보았다. 여기에 있는 나무는 어른 4-5명이 두 팔을 벌려 겨우 닿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나무였다. 나는 이 고목을 바라보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懦弱)한 존재(存在)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 해가 넘는 기간 동안 캄보디아에서 생활했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내가 직접 다녔던 여러 곳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처음 6개월 동안의 시간을 보냈던 Phnom Penh, 한국에 오기 전까지 머물렀던 Kampong Thom,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Siem ReapAngkor Wat,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Sianoukville항구, 팜나무로 유명한 Kampong Speu, 그리고 Battambang주의 오지마을 Samlot등 이 모든 곳이 그리워진다. 다음에 다시 캄보디아를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머물렀던 곳을 다시 찾아볼 것이다. 요즈음 나는 잠이 들면 꿈속에서 캄보디아의 여러 지방을 찾아간다. 이 모든 곳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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