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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인생

Philip Carey의 인생 굴레(bondage)

by 운제산 구름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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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이들은 이런, 저런 굴레를 지게 된다. 출생(出生)후 맞이하는 가정과 사회라는 환경(環境)의 굴레, 몸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신체(身體)의 굴레, 좋은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업(學業)의 굴레, 직업(職業) 선택의 굴레,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는 굴레, 좋은 배우자(配偶者)를 만나고자 하는 애정(愛情)의 굴레등 수많은 굴레에 봉착(逢着)하게 된다. 사전을 보면 굴레는 다음으로 정의되어 있다.

 

“굴레는 소(牛)나 말(馬)의 목에 고삐를 걸쳐 얽어매는 줄이다. 어떤 일에 얽매어 구속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인간들은 소나 말을 쉽게 다루기 위해 그들의 등에 굴레를 매게하였다. 동물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신체를 구속, 속박당한 것이다. 우 리는 스스로의 자유를 구속하는 굴레를 지기 싫어한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삶이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타인들과의 대인관계 (對人關係)에서 주종(主從)의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영국 소설가인 Somerset Maugham(1874~1965)의 대표적인 소설에 Of Bondage(1915) 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Philip Carey는 9세의 나이에 양친과 사별(死別)한 고아이다. 그는 부모님이 남겨준 약간의 유산(遺産)을 가지고 목사인 삼촌집에서 성장하게 된다. 삼촌은 인색(吝嗇)하고 위선적(僞善的)인 성격의 소유자로 어린 주인공을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그 후 주인공은 독일로 유학을 간다. 독일에서 다시 화가가 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간다, 자신에게 그림에 대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에서 본격적인 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위대한 화가가 되기에는 자질이 부족함을 깨닫고,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와서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된다.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만곡족(彎曲足:club-foot)라는 신체적인 굴레를 지면 서 그가 겪는 온갖 고뇌와 실의(失意), 좌절 그리고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실연(失戀)의 굴레가 담겨 있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고 소심한 청년 주인공이 다양한 인생의 시련을 수용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은 30세 중반에 작은 시골마을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평범한 여자와 결혼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중에 주인공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남녀 (男女)가 있다. 첫째는 낭만시인 Cronshaw인데, 그는 주인공에게 참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그는 다음의 말을 해준다.

 

“Life has no meaning! a man is born: he suffers: and he dies. Just as a Persian carpet is woven according to a pattern that appealed to the weaver’s sense of beauty and form.”(인생에는 의미가 없어. 인간은 태어나, 고생하다, 죽는거야. 페르샤 카펫이 직공(職工)의 미적, 형태적 감각에 맞추어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 말을 듣고 주인공은 삶이란 자신의 체험과 스스로의 경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을 깨닫는다. 두 번째는 주인공에게 연정(戀情)의 상처와 마음의 고통과 끊임없는 수모(受侮)를 안겨주는 Mildres Rogers라는 여인이다. 주인공은 이 여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굴레를 지고 끝까지 그녀를 돌보아준다. 심지어 그녀가 자신의 친한 친구와 불륜 (不倫)을 저지르고 달아나는데도 그녀를 위해 도피자금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그녀가 임신하여 출산할때도 옆에서 그녀를 도와준다. 주인공은 이 여인으로부터 참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재정적 굴레를 당하면서도 기꺼이 수용하는 피학적(被虐的)인 태도를 취한다.

 

필자는 1980년초에 석사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이 겪는 굴레에 대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주인공이 일반인(一般人)과는 달리 다리를 저는 신체적(身體的) 굴레, 고아(孤兒)라는 환경(環境)의 굴레, 그리고 여성에 대한 애욕(愛慾)의 굴레등에서 경험하는 고통(苦痛)을 통하여 한 인간이 성장해가면서 체득(體得)한 인생관과 철학을 고찰해 보았다. 주인공은 인생을 보다 진실되고 의미있는 낭만(romance)과 아 름다움(beauty)이 가득한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했지만, 자신이 처한 신체적인 불구(不具), 고아라는 신분의 불이익, 그리고 여성에 대한 소극적 (消極的) 태도로 인해 인생의 쓴맛만을 깨닫게 되었다. 요컨대, 소나 말의 등에 있는 굴레를 제거해 버리면 그들이 자유(自由)를 맛보게 되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자유를 구속하는 여러 가지 굴레에서 해방(解放)되는 것만이 진정(眞正)한 삶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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