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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인생

-단편소설 “Rain”에 나타난 선악(善惡)

by 운제산 구름 202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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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

 

-단편소설 Rain에 나타난 선악(善惡)

 

프랑스의 작가 Maupasssant(1850-1893)의 중편소설인 비계 덩어리(Boule de Suif)”에는 몸이 비대한 창녀(娼女)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인간의 추악(醜惡)한 이기주의(利己主義)를 묘사한 작품으로 그의 스승인 Gustave Flaubert(1821-1880)는 이 소설을 쓴 Maupasssant의 재능(才能)을 극찬(極讚)하였다. 줄거리를 요약(要約)하면 아래와 같다.

 

보불전쟁(1870-1871)으로 프로이센군에 점령된 점령지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역마차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것으로 통행을 허용받기 위한 통행증과 함께 요구사항이 한가지 더 있었다. 프로이센 장교는 창녀인 Elizabeth Rousset과 하루밤을 보낸 후 마차를 통과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이 요구에 주인공은 마지못해 몸을 바치게 된다. 이 일로 인해 탑승객은 절박한 상황(狀況)에서 벗어나 여정(旅程)을 계속하게 된다. 한편 상류계층에 속한 탑승객들은 사회적(社會的) 약자(弱者)인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오히려 멸시하고 멀리한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소개한 이유는 Maugham의 단편인 Rain에도 주인공으로 창녀 Sadie Thompson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 작가는 Maupassant이 쓴 작품을 통독(通讀)했다고 한다. MaughamMaupassant의 단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이 단편에서 창녀를 등장시킨 것도 그와 같은 맥락(脈絡)으로 볼 수 있다. 이 단편은 미국 잡지인 The Smart Set에 처음으로 출판되었으며, 나중에 그의 단편집인 The Trembling of a Leaf(1921)”Miss Thomps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揭載)되었다.

 

이 단편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남태평양 SamoaTutulia섬에 있는 Pago-Pago 섬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의사 Macphail 부부가 선교사 Davidson 목사 부부와 함께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섬에 도착한 당일 비가 내리고 있어 이들은 부두(埠頭) 근처에 있는 2층 목조 주택의 2층을 임시 거처로 숙박한다. 이들이 짐을 푼 몇시간 뒤에 또 다른 승객이 숙소 1층으로 들어 온다. 끊임없이 내리는 열대 폭우(暴雨)로 인해 이들 모두는 축축하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방안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부부는 1층에 들어온 여자가 HawaiiHonolulu 홍등가(紅燈街)Iwelei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서 이곳으로 도피(逃避)한 창녀 Miss Thompson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Davidson 목사는 다음 배편으로 톰슨양을 호주나 미국으로 보내버리려고 한다. 배가 도착하기까지 Davidson 목사와 톰슨양의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이 배를 타게 되면, 교도소(矯導所)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배를 타지 않으려 한다. 반면 목사는 그녀가 배를 탈 수 있도록 하는데 모든 방법을 강구(講究)한다. 심지어 현지 지사를 방문해 그녀를 추방(追放)하게끔 압력을 넣기도 한다. 그녀의 추방이 결정되고, 배가 도착하기 하루 전날 밤에 목사는 그녀의 사악(邪惡)한 영혼(靈魂)을 구원(救援)한다는 구실로 그녀 방에서 이른 새벽까지 기도를 해준다. 배가 도착한 아침에 목사는 해안가에서 스스로 칼로 목을 그은 시체(屍體)로 발견된다. 아마도 목사는 톰슨양의 육체적(肉體的) 유혹(誘惑)에 자신이 굴복(屈伏)당한 것으로 간주(看做)되고, 윤리(倫理)를 중시하는 종교인으로의 양심적(良心的) 고통(苦痛)에서 자살(自殺)한 것으로 보인다.

 

Davidson 목사는 육감적(肉感的)인 입술과 함께 비극적(悲劇的)인 외모(外貌)를 지닌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하고 있다.

 

“His dark eyes, set deep in their sockets, were large and tragic, and his hands with their big, long fingers, were finely shaped;they gave him a look of great strength. But the most striking thing about him was the feeling he gave you of suppressed fire. It was impressive and vaguely troubling.”(동공속에 깊이 파묻힌 그의 검은 두 눈은 크고, 비극적이며, 두 손도 크고, 긴 손가락은 멋진 모습이었다; 두 손은 엄청난 힘을 보여주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억눌린 듯한 감정이었고, 이점은 인상적이며 막연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목사는 단순히 편협(偏狹)된 광신자(狂信者)가 아니라 한편으로는 용기있고 자기 일에 성실한 사람이었다. 반면 톰슨양은 가끔은 역겨움이 우러나는 야한 창녀의 모습이지만 내면으로는 따뜻하고 인자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방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사회적 약자임에 실망(失望)에 빠져 고통을 당한다. 심지어 의사 Macphail 에게 부탁하여 자신의 추방을 막아보려 하지만 수포(水泡)로 돌아간다. 이런 사실을 알고 목사는 더욱 그녀를 강압(强壓)한다.

 

“Now I shall take the whips with which the Lord Jesus drove the usurers and the money changers out of the Temple of the Most High. If she fled to the uttermost parts of the earth I should pursue her.”(이제 주 예수가 성전에서 고리대금업자를 몰아내듯이 채찍을 들겠습니다. 그녀가 이 지구끝까지 도망치더라도 그녀를 따라갈 것입니다.)

 

톰슨양과 목사와의 성적(性的)인 관련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으나 목사가 “hills of Nebraska”경치을 꿈속에서 보았다는 말에서 암시적(暗示的)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단편의 마지막에 톰슨양의 외침에서도 볼 수 있다.

 

“You men! You filthy, dirty pigs! You’re all the same, all of you. Pigs! Pigs!”(당신들 ! 당신들은 더러운 돼지야! 당신들은 모두가 다 똑같아! 돼지! 돼지!)

 

이 단편의 시작부터 내리기 시작한 열대성 폭우와 이국적인 배경, 그리고 무기력하게 하는 습한 더위 이 모든 요소는 Davidson 목사와 Sadie Thompson간에 발생(發生)하는 비극적인 결과에 촉매제(觸媒劑) 역할을 한다. 요약하면, Davidson 목사는 예수의 종자(從者)로서 선()을 행하는 사람인데, 그도 인간이라 악()을 상징(象徵)하는 사회적 약자인 톰슨양의 유혹(誘惑)에 빠지게 된다. 목사가 지닌 선()이 톰슨양의 악()에 진 것이다. 비록 신분이 낮은 창녀라 하더라도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많이 있는 법이다. 사회적 강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악을 행하는 이들도 있지 않은가? 필자는 대학 1학년 때, 영문과 교수님의 Rain강독(講讀)을 수강(受講)하면서 깊은 감동(感動)을 받았다.

 

우선 내용도 재미있고, 남태평양의 이국적(異國的)인 배경(背景)도 생소(生疏)하게 다가왔으며, 특히 소설에서 끊임없이 내리는 폭우(暴雨)는 정말 인상적(印象的)이었다. 본문에서 열대성 폭우를 다음으로 묘사하고 있다.

 

It was not like our soft English rain that drops gently to the earth; it was unmerciful and somehow terrible; you felt in it malignancy of the primitive powers of nature...It seemed to have a fury of its own. And sometimes you felt that you must scream if it did not stop, and then suddenly you felt powerless, as though your bones had suddenly become soft; and you were miserable and hopeless.(이 비는 살며시 지면으로 떨어지는 부드러운 영국의 비가 아니었다. 무자비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비였다. 이 비에는 원시적(原始的) 자연(自然)의 힘이 지닌 적개심(敵愾心)을 지녔으며, 그 스스로 분노(憤怒)를 지닌 듯 보였다. 때로는 이 비가 멈추지 않으면, 당신은 비명(悲鳴)을 치면서 무력감(無力感)을 느끼는 상태에 빠진다. 몸의 뼈가 갑자기 허물해짐을 느끼면서 비참(悲慘)함과 절망감(絶望感)을 느끼는 것처럼)

 

혹자는 이 글의 제목(題目)인 비가 인간의 내면(內面)에 숨겨져 있는 원초적(原初的)인 욕정(欲情)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비계 덩어리Rousset양처럼 창녀라는 신분(身分)Miss Thompson도 악()의 대상(對象)이 되어 냉대(冷待)와 멸시(蔑視)를 받게 된다. 이들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성욕(性慾)을 해소(解消)해 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偏見)으로 여전히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배려(配慮)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에 읽었던 이 단편을 재독(再讀)해 보았다. 당시 재미있게 강독해주신 교수님의 모습이 새삼 생각난다. (2023/08)

 

 

 

-보불전쟁(1870-1871);통일 독일을 이룩하려는 프로이센과 프랑스간의 전쟁.

 

-Hills of Nebraska; 미국의 Nebraska 주에서 열차를 타고 가면 창밖에 보이는 산()과 능선(稜線)의 풍경(風景)이 여성의 젖가슴처럼 둥근 지역이 많다 해서 붙여진 지형(地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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