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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인생

-Larry의 인생 여정(旅程)

by 운제산 구름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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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의 도시모습

 

 

-Larry의 인생 여정(旅程)

 

The Razor’s Edge(면도날)1944년에 출간된 Somerset Maugham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70세의 나이에 완성한 작품이다.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미국인들로 영국 소설가인 Maugham 소설에서는 유일한 작품이다. 서두(序頭)에는 다음의 문장이 나온다.

 

“The sharp edge of the razor is difficult to pass over, thus the wise say the path to Salvation is hard.”(면도날을 지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자(賢者)는 구도(求道)의 길로 가는 것도 어렵다고 말한다.)

 

위의 글은 인도의 경전(經典)Katha-Upanishad” 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정신적 평화와 구도(求道)를 찾아 나선 Larry에게 인도의 영적 스승이 이 말을 해준다. 주인공 Larry Darrell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존재(存在)하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 라는 의문에서 그의 철학적(哲學的), 정신적 여정(旅程)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Larry는 조종사로 1차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동료 조종사의 죽음을 목도(目睹)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특히 1920년대에 경제 대국이 된 미국 상류사회에 염증(厭症)을 느낀 Larry는 사랑하는 애인 Isabel과의 결혼도 포기하고 자신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아 프랑스의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고, 독일의 수도원에서 신()의 의미를 자각(自覺)하지 못하자 마침내 인도로 가게 된다, 남인도에서 정신적(精神的)인 체험(體驗)을 하면서, 영적(靈的) 스승(guru)을 만나 구도(求道)의 의미를 배우고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소설에서 Larry의 인생 여정에 중요한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여성은 Isabel이다. 그녀는 전형적인 도시에 적응한 여성으로 자신의 목적을 반드시 성취하는 계산적이고, 영리한 여자이다. 이들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Larry의 무관심(無關心)과 초험적(超驗的) 현실 도피(逃避)로 인해 파혼(破婚)에 이른다. 그녀는 Larry의 친구인 백만장자인 Gray와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되지만, 첫사랑인 Larry를 잊지 못하고 항상 생각한다. 1929년 경제 대공황으로 인한 주식 시장의 몰락으로 인해 Gray는 파산(破産)하고 이들은 프랑스에서 사교계(社交界)의 저명한 속물(俗物)Isabel의 삼촌집에서 살게 된다. 여기서 IsabelLarry와 재회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두 번째 여인은 IsabelLarry의 친구인 Sophie이다. 그녀는 결혼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중, 남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삶의 의지(意志)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술과 아편, 그리고 방종(放縱)한 성적 생활로 인해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 나중에 파리에서 Larry와 재회하여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했으나, 이들의 관계를 질투하는 Isabel의 방해로 성공하지 못하고 Sophie는 살해(殺害)당한다.

 

작가는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Larry를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He is without ambition and he has no desire for fame; to become anything of a public figure would be deeply distasteful to him; and so it may be that he is satisfied to lead his chosen life and be no more than just himself. (그는 야망도 없고 명성에 대한 욕망도 없었다. 공적 인물이 된다는 것은 그에게 맞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택한 인생을 보내고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에 만족하고 있을지 모른다.)

 

인생에서 궁극적인 만족이란 것은 오직 정신생활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Larry의 신념인 것이다. 그리고 사심(私心)과 욕심(慾心)을 버리고 자기 완성의 길을 홀로 추구하면서 나름대로 사회에 공헌할 수도 있지도 않겠나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연인이었던 Isabel이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고, Larry는 미국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Larry가 파란만장(波瀾萬丈)한 그의 인생 경험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을까? 이 글을 쓴 작가는 Larry가 자신의 행복을 성취했다고 한다. 동료 조종사의 갑작스런 죽음에서 시작된 그의 철학적 탐구는 탐욕(貪慾)을 버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 결과를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때로는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이 인간의 이성(理性)으로만 설명되지 않기에 이성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사고(transcendental thinking)”가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Larry는 현실에 순응하는 삶 대신에 진정 자신의 존재 이유(reason for being)”를 찾아 구도(求道) 여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74년 필자가 영남대학교 영문과 1학년 때, L 교수님이 강의하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당시 교수님의 강좌는 영문강독이었고 교재는 Somerset Maugham의 단편 소설집인“Rain and other stories”였는데, 이 교재에 수록된 내용중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Rain”이라는 단편이었다. 당시 교수님의 강의는 정말 재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선 작품의 내용도 유익(有益)했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는 진지(眞摯)하게 읽어나가면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보충 설명도 명쾌하게 해주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후일(後日)에 교수님처럼 막힘없는 강의를 해보리라 다짐한 적이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 필자가 대학원에 들어가서 알았지만, 교수님은 영국소설전공으로 박사학위는 Maugham소설을 연구하여 취득하셨다. 학부에서 강의를 들은 인연에서 시작되어, 대학원 재학시에는 나의 논문지도교수가 되어주셨다. 아마도 나도 교수님과 같이 영국소설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도교수로 배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대학 재학중에 기회가 된다면 계속 전공 공부를 해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기회가 왔고 나는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장교로 임관하여 현역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나는 모교 학군단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대학원 시험에 응시하여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내가 학군단에 근무하던 시기는 1979/10/26/대통령 시해(弑害)사건으로 인하여 어수선한 때였다. 19802월에 학군단으로 전입(轉入)하여 후배들의 교육을 전담하면서 나의 공부도 병행(竝行) 하였다. 당시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여 학위를 취득한 것이 내 인생에 큰 전환점(轉換點)이 되었다. 1983/02에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그 해 8월에 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만약 학위가 없었다면 사관학교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대학원에 수학(修學) 중에 많지 않은 중위의 월급을 받으면서 대학원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二重苦)를 지고 있었다. 또한 아내와의 신혼 생활도 이 시기에 영위(營爲)해 나가야 했기에 내 인생에서 비교적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힘든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미래(未來)에 대한 밝은 희망(希望)으로 가득차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정적(財政的)으로는 다소 힘들었지만, 정신적(精神的)으로는 더없는 행복감으로 만족한 생활을 했던 시절이었다. 소설속의 Larry처럼 자아실현(自我實現)을 이루기 위해 포기(抛棄)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나를 존재(存在)하게 한 큰 동력(動力)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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