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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의 파도소리

봉화산 정토원

by 운제산 구름 2023.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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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烽火山) 정토원(淨土苑)

 

하늘에 회색빛 짙은 구름이 장막(帳幕)을 친 듯 드리워져 있는 715일 정오 무렵 시절인연이 도래하여 작년 여름에 가보려 했으나 가지 못했던 경남 진영에 있는 정토원을 목적지로 정하고 경주IC를 통과하여 남으로 운전해 나갔다. 경부고속도로 주변 좌우측에 길게 뻗어있는 산에는 녹색의 무성한 숲들이 우거져 있어 눈의 피로를 들어 주었고 하늘에는 곧 여름비가 내릴 것 같은 태세였으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자동차운행에는 지장이 없었다. 정토원이 위치한 진영은 우리나라에서 단감 재배지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이곳이 제16대 대통령을 역임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生家)가 있는 봉하마을이 있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곳이다.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곳도 바로 이 마을 뒷산에 있는 부엉이 바위인데, 이 바위 우측 숲속에 정토원이 있어 생전(生前)에 고인(故人)도 이곳에 가끔 들러서 사찰내에 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곤 했다고 한다. 지금 정토원 주변에는 고인(故人)이 즐겨 다녔던 산길에 산책로를 조성하여 많은 이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이 고향인 이곳 봉하마을에서 스스로 목숨을 거둔 역사적 현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이곳을 꼭 한번 방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길을 나서게 되었고 또한 대학에서 지난 1년동안 사제지간(師弟之間)으로 인연을 맺게 된 두 분 스님중 한 분이 이곳 정토원에서 주석(主席)하고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이곳에 들리게 되면 여기서 진주 방향으로 1시간 정도 떨어져 계시는 또 한 분의 스님을 찾아뵙기 위함이 이번 여정(旅程)의 목적이었다.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고속도로를 따라 모처럼 장거리 운전을 하니 기분이 상쾌하였다. 언양을 지나 양산을 통과하니 통도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조금 달려나가니 부산IC에 도달하게 되었다.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내면서 직원에게 남해고속도로 쪽의 방향을 물었더니 이미 지나쳤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모처럼의 장거리 운행의 기분에 빠져 남해지선의 표지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이미 지나쳐버린 남해지선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부산 시내를 경유, 만덕터널을 지나 구포쪽으로 해서 남해고속도로를 들어서게 되었다. 표지판을 놓쳐버려 길을 많이 우회(迂廻)하게 된 것이다. 초행(初行)에는 흔히 길을 제대로 찾지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다행이 요즘에는 자동차마다 길안내를 해주는 내비게이션(navigation) 장치가 있어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스님이 폰으로 나에게 알려준 방향으로 달려가다 진영 IC를 통과하여 봉하마을 쪽으로 향하였다.

 

봉하마을 초입(初入)의 도로변에는 내가 이미 TV에서 보았던 노란바람개비가 일정한 거리로 무수히 설치되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고 벼들이 심어진 넓은 논에 새겨진 대통령의 얼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마을은 깨끗이 유지 관리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찾아간 날은 평일이라 드문드문 차가 보일뿐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고요와 적막감이 이곳 마을을 뒤덮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전 5주기 추모(追慕)때에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였다. 눈을 돌려 좌측 봉화산을 향하니 희미한 구름속에 어렴풋이 부엉이 바위가 보였다. 잠시 상념(想念)에 빠져있는데 핸드폰소리가 울려 받으니 종산스님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려왔다. 정토원은 마을 뒤편으로 나있는 산길 도로로 올라와야 된다며 길을 알려주었다. 나는 주차장에 있는 가게에 들려 시원한 음료를 한 통 준비하여 정토원으로 향하였다. 5분이 채 안되어 사찰입구에 도달하니 스님이 미리 나와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내가 방문한 정토원은 다른 사찰에 비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봉화산 숲속의 가장 좋은 곳에 위치에 터를 잡고 지금까지 중생교화(衆生敎化)와 포교(布敎)의 구심체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민가(民家)와 떨어진 산속에 위치해 있어 숲속 산사(山寺)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환하게 웃고 있는 포대화상(布帶和尙)의 천진난만(天眞爛漫)한 얼굴이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반겨준다. 곧이어 작은 호미든 관음성상(觀音聖像)의 인자한 모습에 숙연(肅然)함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고 우측으로 이어진 언덕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아미타불이 주불(主佛)로 모셔진 수광전(壽光殿)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넓게 설치되어 있고 계단좌측에는 키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건강한 대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숲을 이루고 있어 이곳이 지상 낙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정토원 사방(四方)으로는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들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어 숲공기를 더욱 청정(淸淨)하게 해준다. 돌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경내(境內)의 주인(主人)인양 자리하고 있는 나이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배롱나무(백일홍)가 그 붉은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눈을 위로 향하면 수광전이 당당하게 자리잡고 산아래 중생계(衆生界)를 굽어보고 있다. 수광전 아래 그리 넓지않은 경내에는 요사체와 승방, 그리고 종무원이 있어 사찰로서의 기능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김해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노후된 화장실을 현대화하는 공사가 진행중에 있었는데, 이 공사가 끝나면 더 많은 불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사찰을 찾았을 때 불편을 주는 재래식화장실이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찡그리게 한다. 화장실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인간이 지닌 더러운 오물(汚物)을 배설하는 화장실이 오히려 가장 깨끗해야 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역설적(逆說的)이기도 하다. 재래식화장실의 여러 가지 비위생적인 점을 깨달은 시에서 이렇게 시설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곳은 생전의 대통령께서도 자주 이용하셨던 곳이라는 그런 상징성도 있고 해서 이번에 현대화 공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의 행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정토원장이신 선진규님의 원력(願力)으로 인해 봉화산 정상에 설치되어있는 큰 호미든 관음성상은 우리 민족 생존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신적 중심처로서 역할을 견실(堅實)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정토원이 위치한 이곳 봉하마을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탄생지(誕生地)이라는 큰 의미와 함께 서로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실과 바늘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많은 불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정토원이 다른 사찰과 다른 점은 법당안에 우리나라 민주화의 초석(礎石)을 다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위패(位牌)와 영정(影幀)을 함께 모시고 매일 왕생극락(往生極樂)을 기원하는 기도(祈禱)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종산스님과 원장님께서도 매일 하루 3차례의 예불을 드리면서 대한민국의 평화와 발전, 그리고 정토원이 수많은 중생들의 바른 성지(聖地)로 우뚝 설수 있도록 발원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이곳이 더욱 더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승방(僧房)에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산사(山寺)의 적적요요(寂寂寥寥)를 모처럼 가슴깊이 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고, 밤이 깊어지면서 장맛비 소리가 밤의 적막(寂寞)을 깨뜨리려 하는 것처럼 시원하게 내렸다. 깊은 밤 비내리는 산사의 분위기에 상념(想念)에 빠진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끝없이 일어나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비가 그치고 봉화산 전역에는 짙은 농무(濃霧)가 일어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聯想)케 하는 경치가 연출되었다. 그리고 숲속에서는 산비둘기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여 그 특유의 소리로 숲을 생명력 넘치는 곳으로 변모(變貌)시키는 것을 보니 여기가 바로 진정한 불국토(佛國土)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공양으로 원장님과 종산스님, 그리고 정토원 식구들과 함께 구수한 누룽지 수프(soup)를 공양하고 사시예불을 올린 후에 다음 목적지인 진주 근교에 있는 소원사(所願寺)로 발길을 돌렸다. (2014/7)

 

 

-필자가 정토원을 방문했을 때가 20147월이었고, 지금이 2023년이니

9년의 시간이 지났다. 금년 49일에 불교신문에 봉화산 정토원의 기사가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정토원 창립이후 30년이 지나면서 수광전에 모셔진 아미타부처님 개금불사가 봉행되었다는 내용이였다. 정토원은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신 선진규 원장의 염원(念願)으로 설립되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생존해 계셨으며 필자에게 덕담(德談)을 해주었는데, 고인이 되었으니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빌어본다.

 

 

-개금불사(改金佛事); 부처님의 몸에 금박(金箔)으로 새로운 옷을 입혀드리는 의식(儀式)으로 새로이 불상(佛像)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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